[업무일지] 회의체 관리업무 - 전략회의, 경영회의, 주간미팅, 매출일보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 날씨: 하늘은 맑음...

며칠째 아침에 일어나 회사 가는게 죽기보다 싫다
회사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가슴 한가운데가 옥죄어 오면서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8시 30분...
9시가 출근인 회사규정 상 절! 대! 로! 늦은 시간이 아니지만
그놈은 이미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출력물을 뽑는지 프린터 앞에 잠시 서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젠장... 그 눈빛이 너무 싫다

오늘은 한 달에 2번 있는 경영회의날이다.
대회의실에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 및 팀장 전원과 
주요 부서 실무 파트장들이 모인다.

회의는 9시 30분에 시작하는데
무려 한시간이나 먼저 온 나를
저 놈을 왜 이리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 건지
아침부터 오장육부가 뒤틀리는거 같다.

...

이번주는 계속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
오전에 있었던 경영회의는 12시를 살짝 넘겨서야 끝이 났다.
도대체 뭔 이야기들을 그렇게 오래하는건지 원...
오후부터는 꼬박 그놈 옆자리에 앉아
전사 회의체에 대한 일장연설을 들었다.

오늘 배운 내용이다.

1.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회의이면서 제일 중요한 회의는
1년에 2번 있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전략회의'다.
전략회의는 상반기에 1번, 하반기에 1번 있다.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과 팀장들이 참석한다. 

둘 중에 더 중요한 회의를 꼽으라면 하반기에 있는 전략회의다.
매년 10월말에 진행을 하는데 
1월부터 현재까지의 실적추이와 남은 기간의 영업예상을 더해
올 한해 성과를 되돌아보고 내년도 이슈사항을 점검해 본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연도의 부문별 전략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상반기 전략회의는 5월말에 진행하는데 
이 시간에는 작년에 수립한 전략이 현재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현 경영환경을 반영하여 목표치를 수정하거나
목표달성을 위한 전술적 방안을 논의한다.

그리고 전략회의는 우리 경영관리에서 주관한다.

2.
우리 회사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는
1달에 2번 있다.
이 회의의 이름은 '경영회의'다.
경영회의는 매월 5일경에 1번, 20일경에 1번 있다.
오늘 있었던 회의가 바로 경영회의다.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과 팀장들,
그리고 주요 부서 실무 파트장이 참석한다.  

5일에 있는 경영회의는 전월의 실적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회의다.
3일, 혹은 4일에 재무부서에서 전월실적을 마감하면
전월 매출실적과 주요한 비용 이슈사항을 분석하여 회의자료를 만든다.
재무마감과 회의일정 간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우리 부서 입장에서는 한달 중에 가장 바쁜 시기이다.

20일에 있는 경영회의는 해당월의 실적 추이를 분석하고
작년말에 설정된 다음달의 경영목표를 수정한 실행계획을 공유한다.
실행계획이란 말 그대로 실제 실행에 옮길 계획이란 뜻이다.
보통 경영계획은 월별로 수립하게 되는데
경영환경의 변화 혹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매월 이런 변화를 반영한 실행계획을 재수립하게 된다.

기본적인 회의 아젠다는 위와 같지만
별건으로 다루어야 할 이슈사항이 있다면
추가 아젠다로 다루기도 한다.

3.
우리 회사에서 매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는
1주에 1번 있다. (이쯤에서 2번이 아닌 것에 내심 감사했다)
이름은 '대표이사 티타임'이다.
대표이사 티타임은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에 있다.
대표이사와 임원 전원, 그리고 경영관리팀장이 참석한다.

티타임이라는 이름이 뭔가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딱딱할 수 없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는
경영관리팀장이 지난주 실적을 간단하게 브리핑하고
각 임원별로 부문의 주요 이슈사항을 공유한다.
지난번에 팀장님이 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번도 무겁게 시작한 적은 없지만
매번 무겁게 끝나는 신기한 회의라고 한다.

4.
우리 회사에서 매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는
다행히 없다. (이것까지 있으면 진심 퇴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일 정기적으로 해야하는 업무는 있다.
이름은 '매출일보 보고'이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어제의 매출실적과 이번달 누계 매출을
집계하고 전년대비 특이사항 등을 확인하여 
경영관리팀장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여기서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왜 9시지? 출근시간이 9시인데 9시 보고이면
자료작성은 언제부터 하란건가?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놈이 말하길
보고 양식은 정해져 있어 데이터만 다운로드 받아서
기본적인 작업만 하면되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단다.
전년대비 특이사항은 하루 전에 전년실적과 익일의 목표를
미리 점검해서 내역을 미리 파악해 놓고 퇴근하면
당일 아침 작업시간은 보통 10분 정도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매출일보 담당자는 보통 8시 15분 정도 출근해서 
매출일보를 작성하고 8시 30분 전에는 
팀장님 자리에 올려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마지막에 덧붙인다.

"지금까지는 그 업무를 내가 했고, 이제부터는 니 업무야 진구야"

내 이름을 부르는 그놈의 목소리가 
마치 볼드모트의 목소리처럼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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