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8개월차 경영관리 부서이동 - 만나서는 안 될 그놈을 만났다

2012.10.16 화요일 / 날씨: 맑았다 흐림

젠장 기분 더럽다
입사 8개월차...
평온했던 나날들도 이젠 안녕이다
어쩌면 영원히

입사첫날, 처음 본 순간부터 알아봤었다
이 사람...
피해야 할 사람이란걸

날카로운 눈매, 남을 무시하는 말투, 거침없는 걸음걸이
'이 사람만은 피해야 한다'
분명 내 본능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8개월 동안 필사적으로 피해왔었다
업무적으로도...사적으로도...

하지만 오늘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너 엑셀은 할 줄 알아?"
(모른다 학교 수업시간에 한번 다뤄본게 전부다)

"경영학과 나왔으니 전표 분개할 줄은 알겠지?"
(회계원리 삼수강했다)

멍한 내 표정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나보다 7살 많은 이 사람. 박범수.
이제부터 이 인간이 내 사수다.
인간미라곤 없는 빌어먹을...

회사생활 제대로 꼬였다

 

 

2012.10.17 수요일 / 날씨: 알게 뭐냐

업무 인수인계를 한답시고 창고에 3시간을 처박혀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내가 새롭게 발령받아 오게 된 부서는 경영관리다
도대체 뭘 관리한다는 건지
회사 관리는 사장이나 오너가 하는게 아닌가?
내 회사도 아닌데 일개 직원이 회사의 경영을 관리한다니 어불성설이다

내 우울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놈은 계속 떠든다,

"난 네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르칠꺼야"

허...자존심은 상하지만
내가 지금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긴 하다.
그래 가르쳐 봐라.
난 배울거 빨리 배워서 최대한 빨리 네 밑에서 탈출할꺼다.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본다.

1.
경영관리 업무의 본질은 올바른 경영의사결정 지원이다.
경영관리는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근거자료와 데이터를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혹은 수시로 외부환경을 분석하고 내부역량을 점검하여
변화하는 경영환경 내에서 회사가 집중해야 할 이슈를 발굴하고
적정한 시기에 경영진을 통해 이슈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전사 회의체를 관리하고 보고자료를 작성한다. 

2.
경영관리가 회사를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관리회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재무부서와는 다르다.
재무부서는 재무회계, 세무회계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재무회계를 회계원칙을 준수하고,
세무회계는 세무당국의 기준을 따른다. 
반면, 관리회계는 경영진의 니즈를 반영한다.
경영진이 확인하고자 하는 지표,
회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관리하고, 산출하는 것이
관리회계를 다루는 경영관리의 주요 업무다.

3.
경영관리를 하는 사람은 데이터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엑셀을 필수적으로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회사에서 엑셀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다고 자격증 공부를 할 필욘 없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능은 자격증 시험 내용과는 다르다.
과거에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양식들, 보고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봐라.
모르는 수식은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찾아서 배우고,
수식 이면에 숨은 작성자의 필요와 의도를 읽어라. 

4.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적어도 한가지 업무에서만큼은
사내 그 어떤 사람보다도 네가 월등히 뛰어나야 한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 이슈가 생겼을 때,
모든 사람들이 너를 찾게 만들어라.

니가 회사에 들어왔으면 늦어도 3년 안에
너만의 전문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5.
손익계산서의 주요 항목은
매출과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영업외수지, 관리이익으로 구분된다.
매출과 매출원가는 매출을 일으키는 직접 영업부서와
영업을 지원하는 간접 영업부서를 통해 발생한다.

인사, 기획, 재무, 관리 등 회사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부서의 비용은
판매관리비로 구분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것이 영업이익이다.
회사를 얼마나 잘 운영했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영업외수지는 말 그대로 영업 이외의 활동으로부터
산출되는 수익과 지출이다.

마지막으로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지출을 뺀 것이
관리이익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