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과장 업무노트 / / 2020. 7. 20. 19:58

[보고서 어휘 살펴보기] 감소 vs. 축소

#0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감소와 축소. 비슷한 의미를 갖지만 쓰임이 살짝 다른 두 단어의 차이를 알아봅니다.

#1 프롤로그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적절한 어휘를 고르는 게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 정확한 뜻을 모르고 대강 사용하던 말들을 활자로 옮길 때 그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지요. 사무실에 앉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구독 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마팀장이 급하게 지시했어요. '구독'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네요. 이전부터 신문, 통신사 등 많은 산업이 구독에 의지해 수요를 창출해 왔는데요. 최근에는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가방, 의류, 식료품 등으로 관련 산업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 배경 중에 하나로 주요 선진국들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신규 고객 확보에만 의지해 사업을 영위하기보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가 증가한 것이죠. 보고서에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적으려고 합니다. 일단, 줄어든다는 말은 보고서 어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의미가 너무 일반적이어서 힘이 떨어져요. 보다 명확한 의미를 표현하고 싶은데, 우선 떠오르는 단어는 '감소'와 '축소' 정도가 있네요.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지 헷갈립니다. '인구 축소로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라고 쓰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인구 감소로 시장 규모가 축소하면서...'라고 쓰는 게 맞을까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팀장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네요. 빨리 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2 문제분석

'감소', '축소'. 모두 '소'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줄어든다는 뜻을 가지게 되는데 세부적인 쓰임에는 두 단어 간에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3 본뜻

감소 (減少 / 덜 감, 적을 소) : 양이나 수가 이전보다 줄어듦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덜 감(減)'은 덜어내다, 줄이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글자는 예전에 물이 땅에 스며들거나 증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였다고 합니다. [한자로드] 부수로 삼수 변이 들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적을 소(少)'는 양이 적음을 의미합니다. '감소'는 덜어내거나 줄여서 양이 적어짐이라는 뜻이 생깁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있거나 헤아릴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드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체중이 감소하다', '성장률이 감소하다', '통행량이 감소하다' 등과 같은 쓰임이 있습니다.

축소 (縮小 / 오그라들 축, 작을 소) : 줄이거나 작게 함 [국립국어원]
'오그라들 축(縮)'은 줄이다, 감축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작을 소(小)'는 크기가 작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글자지요. 감소가 양이나 수가 줄어듦을 표현한다면 축소는 모양새나 구조가 작아지는 것을 주로 나타냅니다. '인력을 축소하다', '수출 규모가 축소되다', '조직을 축소하다', '실제 건축물의 축소 모형' 등과 같은 쓰임이 있습니다.

#4 보고서를 위한 적절한 사용

  • 올해 신장률은 계획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추정
  • 가격 하락에 따른 공급량 감소
  • 공급 확대로 인한 고정비 비중 감소

  • 예산 삭감으로 인한 사업 축소
  • 신기술 도입을 통한 인원 축소
  •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교역 축소

#5 에필로그

인구는 숫자로 표현되는 대상이라 감소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인구 축소보다는 인구 감소가 더 적절해 보이네요. 시장의 규모 역시 숫자로 표현이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인구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약해 보입니다. 시장 규모 감소라고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인구에 '감소'를 양보하고 시장 규모 축소라고 사용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인구 감소로 시장 규모가 축소하면서...'라고 써보니 적절해 보입니다. 마팀장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텐데요. 이크... 저기 마팀장이 오네요. 빨리 보고서를 마저 작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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