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과장 업무노트 / / 2020. 7. 10. 23:38

[보고서 어휘 살펴보기] 전망 vs. 예상

#0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전망과 예상. 같은 듯하면서 서로 다른 두 단어의 의미를 알아봅니다. 

#1 프롤로그

전망과 예상, 여러분은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알고 계신가요? 두 단어 모두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입니다. 게다가 얼핏 보면 의미도 대동소이하여 종종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망과 예상은 그 뜻과 사용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2 문제분석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봅시다. 

'경영관리팀장은 전사 손익회의에서 올해 손익은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 문장에서 두 단어가 거의 연속으로 사용되었지만 어색함이 없습니다. 만약 두 단어가 뜻이 대동소이하다면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두 단어의 위치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경영관리팀장은 전사 손익회의에서 올해 손익은 큰 폭의 적자가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시나요? 전망과 예상은 단어만 따로 떼어내고 보면 그 뜻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장에 들어가게 되면 둘의 쓰임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각 단어가 가진 뜻을 알아보겠습니다. 

#3 본뜻

전망 (展望 / 펼 전, 바랄 망) - 넓고 먼 곳을 멀리 바라봄 / 앞날을 헤아려 내다봄 [표준국어대사전]

'전(展)'은 '펴다, 벌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展은 그릇 따위를 여러 개 펼쳐놓은 모습을 본떠 만든 한자라고 합니다. 눈 앞에 여러 개를 늘어뜨려 놓고 살펴보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망(望)'은 '바라다, 기다리다, 동정을 살피다' 정도의 뜻이 있습니다. '문 앞에서 누가 오나 망 좀 봐줘'라고 할 때의 그 '망'입니다. '망'이 들어가는 익숙한 단어로는 '희망' 정도가 있겠네요. 바라고 바라는 것이 희망입니다. 따라서 전망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을 앞에 펼쳐놓고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행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상 (豫想 / 미리 예, 생각 상) - 어떤 일을 직접 당하기 전에 미리 생각하여 둠 [표준국어대사전]

'미리 생각해보다'라는 의미입니다. 전망에 비하면 의미가 좀 심심하지요? 의미가 단순한 만큼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특정한 대상과 함께 사용되어야 그 뜻이 훨씬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올해 손익 예상액은 100억 원이다.', '오늘 오후에는 많은 양의 비가 예상됩니다.' 이상의 예문처럼 예상하고자 하는 대상이 분명합니다.

#4 보고서를 위한 적절한 사용

'전망'과 '예상' 두 단어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요? 우리는 시장 환경을 '전망'하지 '예상'하지 않습니다. '예상'이라고 하면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하냐는 질문에는 똑 부러진 하나의 대답을 내놓기 힘듭니다. 여러 가지 관련 요인들을 펼쳐놓고 바라보면서 변화의 방향성을 따져본다는 의미에서 '전망'이 더 어울립니다. 반면 아침에 출근하며 오늘의 매출액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해보는 것은 '예상'이지 '전망'이 아닙니다. '전망'은 거시적인 느낌이 강하고 '예상'은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대상을 다룹니다. 다만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예상'은 의미가 '전망'에 비해 단순해서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제품의 설문조사 결과를 '예상'할 수는 있어도, 설문조사 결과를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코로나19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것은 '전망'할 수도 있고,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5 에필로그

매년 하반기가 되면 언제나 다음해 시장 환경을 전망하지만 결과는 항상 예상 밖입니다. 그때마다 우리의 부족한 능력을 한탄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고, 그때마다 마주하는 미래는 전망의 유효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오는 내일을 대책 없이 맞이할 용기가 없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저 멀리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봅니다.

모두 당당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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