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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과장 업무노트

[엑셀 보고서 만들기] 엑셀 모르는 신입사원 (그래도 안다고 했었다)

by 정글거북이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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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의 책장. 오래도록 기억될 이야기의 서막.

부서 배치를 처음 받던 날.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주에 걸쳐 진행되던 사내 교육이 끝나고 결국 가게 된 부서는 애초 내가 지원했던 부서가 아니었다. 매장 영업기획으로 가길 바랬고 이미 확정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발령 난 부서는 '경영관리'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기존 인력 몇 명이 신규사업으로 차출되어 급하게 인력 충원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게 하필 나였다.

 

'경영관리'는 기업 전반, 특히 관리회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 현황을 분석하여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일을 주요 업무로 한다. 중장기 계획도 수립하고 매년 사업부와 부서의 예산을 짜고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숫자 다루는 일이 잦고, 엑셀을 많이 사용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것이 다른 신입사원 동기들을 제치고 내가 경영관리로 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회계는 필수과목인 회계원리만 가까스로 수강하고, 엑셀도 필수교양 때 들여다본 것이 다였다. 장래 직업은 마케팅이나 기획 쪽 일을 하고 싶었고 영업기획 인력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경영관리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당연히 기대라고는 1도 하지 않은 부서에 가는 기분이 괜찮을 리 만무했다. 

대략 이런 상태

 

사내교육 받던 기간, 여러 선배와 동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입사 5년차 공채 중에 고계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웬만하면 얽히지 말라고. 이 회사에서 가장 성격 더럽고 잘못 걸리면 사람을 쥐 잡듯이 잡는다고. 일은 잘해서 윗사람들에게 인정은 받는다는데 그래서인지 더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이라고.

 

그 고계장이... 경영관리에 있었다. 모두들 입 모아 피하라고 했던 그 고계장이... 내 사수였다. 날씨가 화창하던 그 날.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모두 가시진 않았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살이 외투의 지퍼를 살며시 내리게 하던 그 날. 저 앞에 고계장이 서있다. 키는 175cm. 몸무게는... 글쎄 90kg? 푸근해 보이는 몸매에 속지 말자. 저 사람은 모두가 입모아 이야기하던 바로 그 고계장이다. 첫 만남에 고계장이 묻는다.

 

"담배 피우냐?"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평생 펴본 적이 없다. 이런. 고계장이 실망하는 눈치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담배 배울 생각은 없다. 나도 줏대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고계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중요한 질문을 했다.

 

"엑셀은 좀 하냐?"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담배도 안 피우는 놈이 엑셀도 못한다 하면 첫 만남부터 삐뚤어질까 봐 걱정됐다. (그렇다. 난 줏대가 없다.) 결국 내 입에서 두려움 50%, 오기 50% 고루고루 섞어서 나온 말은 '기본적인 것은 압니다'였다.

난 여전히 누군가 내게 엑셀 좀 아냐고 물으면 '기본적인 것은 안다'라고 대답한다. 난 VBA도 모르고 매크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엑셀에 기본적으로 넣어놓은 기능, 편리하라고 실어놓은 기본 함수만 사용한다. 그러니 '기본적인 것은 안다'는 대답은 겸손도 겸양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기능을 알뜰살뜰 사용하며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내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니 고계장 앞에서 그 대답을 할 때, 나는 어마무시하게 오만했다. 교양수업 때 엑셀 한번 실행시켜 본 것 가지고 기본적인 것은 안다고 했으니 엑셀이 뭔지도 모르고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애송이였다. 결국 내 대답은 나중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왔고, 그 시작은 고계장이 건네준 한 장의 종이였다.

"이거 만들어봐"

 

#2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 

이제부터 고계장이 건네준 그리고 계속 건네주었던 엑셀 양식들을 하나하나 복기해가며 만들어보려 합니다. 단순한 것도 있고 조금 복잡한 것도 있지만 실무에서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그 당시 고계장은 저에게 친절하진 않았지만 철저하긴 했습니다. 다양한 양식을 만들어 보게 했고 주어지는 양식을 꾸역꾸역 쳐내가면서 저의 엑셀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요.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실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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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워드·파워포인트 vs. 엑셀

워드와 파워포인트는 비어 있는 페이지를 채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워드는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파워포인트는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부터 세련되게. 반면, 엑셀은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프로그램입니다. 스프레드시트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도 계실 텐데요. 우리가 엑셀을 실행한 순간부터, 즉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 그 순수한(?) 상태에서도 엑셀은 빈 화면이 아닙니다. 엑셀은 '표'입니다. 텅 비어있는 표인 거죠. 엑셀은 컴퓨터를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의 입력·계산·출력을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엑셀로 워드처럼 문서를 만드는 분도 계십니다. (저도 가끔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엑셀의 본질은 '계산'입니다. 요약하자면 워드와 파워포인트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 프로그램인 반면, 엑셀은 데이터를 계산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 엑셀은 '셀(Cell)' 단위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위에 보이는 작은 사각형 하나하나가 셀입니다. 엑셀이 셀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엑셀은 셀단위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계산하고 값을 출력합니다. 그 외에 모든 서식도 셀단위로 적용됩니다. '계산'이 엑셀의 본질이라면, '셀'은 엑셀의 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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