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과장 업무노트 / / 2020. 7. 1. 18:28

[보고서 어휘 살펴보기] 목적 vs. 목표

#0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목적과 목표의 뜻과 두 단어 간의 의미 차이를 알아봅니다.

#1 프롤로그

신입사원 시절, 보고서를 쓸 때마다 모든 용어들이 헷갈렸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별로 사용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문서로 작성했던 적은 더더욱 없었죠. 일상 대화에서야 단어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도 말하는 이의 표정, 몸짓, 주변 상황과 맥락 등 그 의미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많으니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각자 다른 시간, 장소, 기분상태에서 읽힐 문서의 단어는 그 의미가 명확해야 합니다. 

오늘도 표주임을 붙잡고 이야기를 합니다.

'주임님, 하반기 역신장 탈출은 목적이 아니라 목표에요. 목적을 적어야 하는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적으면 안 되죠.'

말은 안 하지만 표주임의 표정은 이런 말을 합니다.

'뭐 그런 걸 그렇게 빡빡하게 따지나요? 목적이나 목표나 어감도 비슷하고 의미도 대동소이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요.

 

#2 문제 분석

보고서에 목적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의 이유'를 알고자 함입니다. 우리 와이프의 목표는 아이들의 키를 180cm까지 키우는 겁니다. 그렇다면 목적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인기가 많기를 바라서 일 수도 있고, 체격적으로 왜소해 괴롭힘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관상용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일 수도 있겠죠. 이렇듯, 목적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자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목적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왜냐면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느낌은 그만큼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래서 목적을 써야 할 곳에 자꾸 목표를 씁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회사에서는 다릅니다.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목적이 명확해야 구성원들이 이 일을 왜 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일을 추진하면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보통 수치로 표현되어 쉽게 인지가 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보가 한정적입니다. 아이들 키를 180cm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해서 애들 성장주사 맞히고 밥먹이고 잠만 자게 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러면 키야 빨리 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목적에 맞지 않습니다. 부모의 목적은 아이가 건강하고 보기좋게(?) 자라기 위함이지 단순히 키만 키우는게 목적은 아닙니다. 부모는 목적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엉뚱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다릅니다. 생각보다 자주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음식점에서 재료비율을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보죠. 음식점에서 재료의 효율적인 사용을 강조하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합리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목적이 분명히 전달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인기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재료비율이 높은 메뉴를 판매 중지하거나 레시피를 조정하여 재료를 덜 넣기 시작합니다. 재료가 줄어든 걸 눈치챈 손님들은 더 이상 그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게 되죠. 매출이 줄고, 이익도 줄어듭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많은 돈을 벌겠다는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3 본뜻

목적 (目的 / 눈 목, 과녁 적) - 이루려고 하는 일의 방향.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활을 쏘거나 사격을 할 때 과녁을 보게 됩니다. 과녁은 점입니다. 그 점에서 멀어질수록 점수가 낮아지죠. 목적은 눈을 한 점에 두는 것입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점에 도달하기 위해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목표 (目標 / 눈 목, 표할 표) - 활동을 통하여 이루거나 도달하려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대상.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표(標)'에는 '나무 목(木)' 자가 들어갑니다. 높은 나무처럼 눈에 잘 보이는 명확한 대상을 나타냅니다. 목적이 원에서 한 점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목표는 높게 뻗은 나무에서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높이를 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4 보고서를 위한 적절한 사용

보고서보다는 군사작전에 사용될 어휘지만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공격 목적 : 공격하고자 하는 이유

     공격 목표 :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

 

보고서에서는 보통 이렇게 사용하죠.

     추진 목적 : 일을 추진하는 이유

     추진 목표 : 일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과를 표현한 수치

 

#5 에필로그

한참을 설명하니 조금은 설득된 눈치입니다. 하지만 속지 않습니다. 다음번에 보고서 초안을 들고 오면 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테지요. 뭐... 저라고 그렇게 다르진 않습니다. 매번 비슷한 실수를 하고 똑같은 불만을 듣지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 바뀌지도 않지요. 조금씩 꾸준히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당당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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