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어휘 살펴보기] 반면 + 교사 = 반면교사

#1 프롤로그

아침에 출근하여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마팀장이 회의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네요. 꾸벅 인사하니 끄덕 받아주네요.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데 마팀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아니, 이거를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되지. 다른 나라 사례를 좀 참고해야지. '반면교사'도 모르나?' 헉... 뜨끔 합니다. 저도 반면교사의 정확한 뜻을 모릅니다. 대략 어떤 상황에 무슨 의미로 사용한다 정도만 알고 있지 정확한 뜻을 확인할 생각을 해보진 않았네요. 조심스럽게 휴대폰으로 사전 검색을 해봅니다. 컴퓨터는 이미 전원이 들어왔지만 마팀장한테 들키면 부끄럽잖아요. 조심조심. 

 

#2 문제분석

'반면'이라는 말도 알고, '교사'라는 말도 압니다. '반면'은 '앞서 이야기되던 내용과는 다르게' 혹은 '반대쪽 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합쳐놓으면 도통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교사'의 사전적 의미는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를 이르는 말(고려대한국어대사전)'입니다. 단어 자체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어원을 알아보면 도움이 됩니다. 

 

 

#3 본뜻

'반면교사'는 아주 오래된 사자성어 같지만, 사실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마오쩌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공산당 간부들에게 제국주의자, 반동파, 수정주의자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가장 심한 범죄를 저지른 자 이외에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을 (···) 제명하지 말고, 그의 모든 정치적 세력을 박탈하고 고립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장진한, 이제 국어사전을 버려라)

 

'반면'의 반대 개념은 '정면'입니다. 마오쩌둥은 자신들의 체제나 입장(정면)에 반대되는(반면) 부정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왕따 시키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적 행동을 하면 저렇게 비참하게 된다는 것을 실제 사례로써 보여주자는 것이죠. 왕따 당하는 사람은 부정적 행위의 결과를 몸소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가 되는 겁니다. '반면'에 해당되었을 때의 결과를 알려주는 교사, 반면교사가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반면교사라는 말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4 보고서를 위한 적절한 사용

반면교사는 보고서에 자주 사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준비가 요구됨'과 같이 사용될 순 있겠네요. 가끔 신문기사를 보다 보면 반면교사의 반대말로써 정면교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사례로서 마땅히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함인데 반면교사에서 파생된 말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는 아직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말장난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의미나 인식에 차이가 큰 어휘는 보고서에 사용하기 적절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여러 사람이 읽더라도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사로부터 꼬투리 잡히거나 의미를 의도와 다르게 이해할 여지가 있는 어휘는 사용을 자제하고 의미가 명확하고 이견이 없는 다른 어휘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면교사'보다는 조금 풀어쓰더라도 '~ 사례를 본보기 삼아'와 같은 말이 여러 사람이 이해하기에 더 적절해 보입니다. 

 

#5 에필로그

이제야 반면교사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평소 익숙하던 단어의 뜻을 새로이 알게 되는 것은 과정이 조금 귀찮지만 결과는 항상 즐겁습니다. 기분 좋게 고개를 돌리는데, 깜짝이야. 바로 옆에 마팀장이 있습니다. 음흉한 미소로 저를 쳐다보는 게 아무래도 제가 반면교사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걸 봤나 봅니다. 선의인지 악의인지 모를 미소를 띠면서 제 어깨를 툭 치고 건들건들 나가네요. 화장실 가나 봅니다. 아...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