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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과장 업무노트

[보고서 어휘 살펴보기] 본질 vs 본성

by 정글거북이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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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한 달에 한번 시장 동향조사 보고를 합니다. 입사 3년 차인 표주임이 초안을 작성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런 코로나 때문에 다들 사업이 어렵나 봅니다. 문을 닫는 매장도 많고, 휴업하는 곳도 많네요. 찬찬히 문장을 읽다 보니 이상하게 걸리는 표현이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그 본질적 특성상 전염력이 매우 강해 쉽게 극복되기 어려울 전망'

 

여기서 '본질적'이라는 단어가 뭐라고 콕 집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딘지 어색합니다. 전염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것 같긴 한데, '본질'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와 닿지 않습니다. 표현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땐 뉴스 기사를 검색해 봅니다. 비슷한 표현이 기사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면 일단 합격. 그렇지 않다면 보류 후 재검토하는 거죠. 뉴스 기사는 정제된 언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적절한 어휘 구사를 평가하는 가늠자 역할을 합니다. 검색창에 '본질적 특성'이라고 처넣습니다. 역시 이런 식으로 잘 사용되진 않네요. 어떻게 수정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2 문제분석

'본질'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추상적이라 의미가 명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어휘와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본질과 유사한 단어로 본성이 있네요. 본질과 본성의 비교를 통해 의미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3 본뜻

본질(本質 / 근본 본, 바탕 질)

'사물을 그 자체이도록 하는 고유한 성질'을 의미합니다. '바탕 질(質)'이라는 글자는 바탕, 즉 꾸지미 않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글자 안에 '조개 패(貝)'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사물의 가치를 의미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質은 과거 돈을 빌리기 위해 도끼를 저당물로 맡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자로드 / 신동윤

 

본성( / 근본 본, 성품 성)

'사람이나 사물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는 의미입니다. '성품 성(性)'이라는 글자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성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질과 본성, 의미를 알고 나서 봐도 좀 헷갈리네요. 본질은 평가의 기준입니다. 저당물로 맡기는 물건의 가치를 전당포 주인이 평가하듯이 사물이 본질에 부합하냐를 놓고 가치를 평가합니다. '바탕 질(質)'은 좋고 나쁨을 평가할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품질, 자질, 수질 등과 같이 사용될 때, 우리는 좋고 나쁨의 일직선 상에서 대상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 봅니다. '성품 성(性)'은 다양성을 전제합니다. 특성, 개성, 속성, 여성, 남성과 같이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과 차이가 있음을 밝히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본성은 필연성을 전제로 합니다. 

 

#4 보고서를 위한 적절한 사용

본질적 가치

업무의 본질

  • 본질이라는 어휘는 가치와 어울림이 좋습니다. '본질적 가치'는 어떤 행위나 대상이 존재하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의자가 존재하는 목적은 '앉기 위해서'입니다. 의자의 본질적 가치는 '앉기에 편함'이라는 척도로 평가가 가능하죠. 반면 본성적 가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조직의 본성

상품의 특성

  • 사실 본성이라는 어휘는 회사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인문학이나 사회학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휘지요. 보고서에서는 특성이라는 어휘를 좀 더 자주 사용합니다. '업무 특성', '제품의 특성'처럼 말이죠.  

#5 에필로그

뉴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본질이란 단어가 이렇게 사용되기도 하네요. 

 

'금융자산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고위험 특성'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산은 위험도가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는데 금융자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본디부터 위험도가 더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표주임에게도 보여줘서 '본질'의 의미에 대해 한 번 이야기를 나워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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