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첨단 과학이나 알파고가 등장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상대방을 생각하는 약간의 배려와 주변을 널리 살피는 시야만 있으면 됩니다. 잠깐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숲 속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곳은 빛이 잘 안 들어 위험하고 갈림길이 많아 헤매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이 숲 속을 돌아다닌 지 십수년. 이제 각각의 길이 어디로 통하는지 훤하고 어느 지점에 돌부리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어떤 사람이 주저앉아 있는 게 보입니다. 웬만해서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인적 드문 곳이라 의아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사람은 망연자실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사정을 물어보니 산 너머 마을에서 온 사람인데 사촌의 결혼식을 가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사정이 딱하니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도 이 숲을 빠져나가는 길이니 길을 안내하며 같이 숲을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숲 속에서 길 잃은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 말을 듣는 사람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인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해결책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을 저희가 알려주고 안내해서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할 때 유념할 질문이 2가지 있습니다. '정말 그래?'와 '이게 다야?'입니다. '정말 그래?'는 듣는 사람이 이야기의 앞뒤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하는 질문입니다. '이게 다야?'는 지금 듣고 있는 내용 외에 다른 대안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던지는 질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두가지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이야기를 구성해야 합니다. '로지컬 프레젠테이션'에서 저자는 '정말 그래?'에 대한 대비를 종의 논리, '이게 다야?'에 대한 대비를 횡의 논리라고 설명합니다.
종의 논리는 숲 속에서 길을 안내하면서 상대방과 보폭을 맞춰 걷는 것과 유사합니다. 본인이야 길을 훤히 아니까 성큼성큼 걸어도 되고 뛰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다릅니다. 처음 걷는 길을 성급하게 걷다가는 넘어져 다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냥 천천히 걷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너무나 유명한 이 연역법은 '정말 그래?'라는 의문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우와~ 정말 그러네!'라고 말하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앞뒤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상대방이 답답할 정도로 너무 천천히 걷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바람이 불면 나무통 장수가 돈을 번다'는 말은 거의 축지법 수준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논리입니다. 이럴 경우 듣는 이는 '정말 그래?'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횡의 논리는 갈림길이 나왔을 때 상대방에서 각각의 길에 대해 설명해주고 왜 다른 길이 아닌 이 길로 가야하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그런 이야기 없이 길 잃은 사람을 데리고 다니다간 안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가진 상대방이 저를 더 못 믿게 됩니다. 왜 다른 길이 아니라 이 길로 가는 것인지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좀 더 밝아 보이는 저 길은 사실 호랑이굴로 연결되어 있고 평탄해 보이는 저 길은 끝이 낭떠러지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어야 불안한 마음 없이 제가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와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종의 논리'와 '횡의 논리'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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